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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브랜드마케팅 : 칸 5관왕을 거머쥔 크리에이티브 10년 진화기

이 노트는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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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L 

그거 알아? 세계적인 광고제 ‘칸 라이언즈Cannes Lions 2025’에서 한국 기업이 그랑프리를 수상한 거? 바로 현대자동차야.

이게 대단한 거냐고? 올해 그랑프리를 수상한 기업을 보면 감이 올 거야. 애플, LVMH, 스포티파이…. 와우, 한국 기업이 이 기업 대열에 낀 거잖아. 좀 뿌듯하네?

그랑프리 하나만 탄 것도 아니야. 현대차는 이번에 총 5개의 상을 탔어. 「밤낚시」 캠페인이 그랑프리를 포함해 2개, ‘나무 특파원’ 캠페인이 금사자장을 포함해 모두 3개의 상을 탔거든*.
*「밤낚시」는 엔터테인먼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 필름 크래프트 부문에서 은사자상을 받았고, ‘나무 특파원’은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금사자상 2개와 은사자상 1개를 수상했다.

칸 라이언즈,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격전지로 불리잖아. 현대차가 언제부터 이렇게 창의적이었지? 솔직히 예전엔 ‘아빠 차’ 느낌이 좀 있었는데 말야. 알고 보니 지난 10년간 브랜드마케팅 조직이 싹 바뀌었더라고. 그 변화를 이끈 키 맨Key man이 있어. 바로 지성원 브랜드마케팅본부장이야.

오늘 노트의 끝엔 롱블랙 피플을 위한 이벤트 안내도 있으니 마지막까지 꼭 읽어 봐! 



지성원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장

지성원 전무는 글로벌 컨설팅펌에서 브랜딩을 배웠어. 홍익대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랜도 어소시에이츠Landor Associates에서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았지.

현대차에 합류한 건 2015년. 딱 10년 전이야. 5명의 팀원으로 출발한 디자인경영TF팀은 현재 250명의 팀원을 품은 브랜드마케팅본부가 됐어.

칸 라이언즈 수상, 갑작스러운 쾌거는 아니래. 현대차는 최근 몇 년 사이 “브랜딩 좀 한다”는 이야기를 적잖이 들었어. 2023년에는 ‘포니’를 되살린 전시로 눈길을 끌었고, 이듬해에는 「밤낚시」를 비롯한 광고로 2024년 대한민국광고대상 8관왕을 따냈지. 

성과의 원동력을 묻자, 지성원 전무는 “크리에이티브엔 근육이 필요하다”고 했어. 무슨 말일까?


Chapter 1.
스토리텔링보다 스토리셀링이 중요하다

우선 짚고 싶었어. 브랜딩을 잘한다는 건 뭘까. 세계적 브랜드 컨설팅사에서 지성원 전무는 무엇을 배웠을까.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그가 브랜드 컨설팅사에 입사한 순간으로 돌아가보자.

Q. 브랜드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처음 마음먹은 건 언제인가.

“디자인이 워낙 영역이 다양하다. 전공자들은 4년 내내 ‘무슨 디자인을 할까’ 고민한다. 나는 대학 입학해 보니 알겠더라. 나름 그림을 잘 그리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나보다 잘 그리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 그림보다 아이디어로 승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다 아는 선배 회사를 도우면서 브랜드 디자인의 세계를 알게 됐다. 옆에서 보니 로고 그리는 일이 아니었다. 버스부터 유니폼까지 다 바꾸고 있더라. 이런 일이 왜 필요하냐고 물으니 ‘브랜드의 정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선배가 말했다. 그 일을 하고 싶었다.”

Q.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브랜드 컨설팅사에 입사했다. 그것도 당시 최고로 꼽히던 랜도 어소시에이츠에.

“한국 대학을 졸업해서 오히려 유리했다고 생각한다. 포트폴리오를 보내면서 나름의 전략을 짰다. ‘미국 대학을 다닌 한국 학생과는 다르게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랜도에 없었던 무기’처럼 보이려면, 글로벌 디자인을 추구하면 안 될 거라 생각했다. 일부러 손으로 작업한, 한국의 붓 터치가 들어간 작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채웠다.”

Q. 랜도에서 10년 넘게 일했는데, 무얼 배웠나.

“디자인이 아니라 스토리가 중요하다는 것. ‘스토리텔링Storytelling’보다 ‘스토리셀링Storyselling’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또 디자인이란 ‘어떻게 보이느냐How it looks’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쓰이느냐How it works’가 중요하다는 것도 배웠다.” 

Q. 스토리셀링이 중요하다는 건 무슨 말인가.

“설득하지 못하는 이야기는 의미가 없다는 거다. 지금은 디자인 그 자체보다 이면의 스토리가 더 중요하다는 걸 대부분 안다. 그런데 이면의 스토리를 설득력 있게 만들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내가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펼치지 못하면 내 디자인은 영원히 채택될 수 없다는 것. 이걸 랜도에서 배웠다. 

그림을 잘 그리는 건 정말 중요하지 않다. 랜도에서 어떤 직원이 정사각형 하나를 덩그러니 그려와선 15분간 스피치 하는 걸 본 적이 있다. 그 사각형이 뭘 뜻하는지, 왜 그 회사에 사각형의 상징이 필요한지를 설득했다. 그 설득이 단단하면 사각형이 팔리는 거다.”

Q. 그럼 스토리셀링을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기업을 잘 이해해야 한다. 색깔이나 모양부터 떠올리는 게 아니다. 그 기업이 품은 철학, 그 기업의 고민과 전하려 하는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하는 게 먼저다. 랜도에는 그 작업만 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고객사를 이해하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을 쓴다.

한국 기업 중엔 에이전시에 간단한 요구사항을 브리핑하고 곧장 결과물을 기다리는 곳들이 있다. 그럼 절대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완성된 로고를 여기저기 찍는다고 브랜드 디자인이 아니다.”

Q. 랜도에서 했던 작업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나.

“P&G의 남성용 케어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Old Spice가 생각난다. 브랜드 노후화로 리브랜딩이 필요했다. 당시 올드 스파이스는 ‘아저씨 로션’ 같은 느낌이 강했다. 브랜드를 젊게 만들기 위해 어떤 직원은 세련된 톤앤매너를, 어떤 직원은 트렌디한 톤앤매너를 제안했다. 

나는 오히려 남성적인 이미지가 올드 스파이스의 핵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제시한 게 ‘맨리Manly’라는 키워드다. 이게 지금까지 쓰이고 있다.”

서울 역삼동 현대차 강남대로사옥에서 롱블랙과 인터뷰하는 지성원 전무. 그는 “랜도에서 일하면서 디자인에 앞서 설득을 하는, 스토리셀링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말했다. ⓒ롱블랙

Chapter 2.
신뢰를 얻으려면 스몰 윈Small Win이 필요하다

지성원 전무가 현대차에서 처음 맡은 자리는 디자인경영팀장. 

현대차가 그에게서 사고 싶었던 건, 바로 조직 운영의 경험이었어. 앞서 지 전무는 2008년 랜도가 싱가포르 지사를 열 때 오픈 멤버로 합류했다가 3년 만에 50명 규모의 아시아 대표 오피스로 크는 걸 경험했거든. 그사이 그는 시니어 디자이너에서 오피스 관리자로 지사를 리드하는 인물로 성장했지.   

현대차 브랜드마케팅본부가 이렇게 빠르게 커진 데는 그 경험이 주효했대.

Q. 어떻게 현대차에 합류하게 됐나.

“가족 문제로 한국에 돌아오려 할 때 현대차를 만났다. 당시 회사의 고민은 제품과 디자인의 질만큼 고객 접점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는 거였다. 한 마디로 제품력에 준하는 더 세련된 브랜딩이 필요했다. 

이미 현대차는 글로벌 판매 수량 5위였다.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각종 이벤트, 심지어 브로슈어까지 그 수준에 걸맞게 바꾸는 것이 내가 맡은 역할이었다.”

Q. 해볼만 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재료가 좋다고 생각했다. 역사가 있고, 제품이 훌륭했다. 무엇보다 경영진의 의지가 강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명확하게 비전이 있었다. 변화를 이끌어야 하는 일을 맡을 땐 포지션이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경영진이 그 일을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Q. 해외에서만 일했는데, 문화에 적응하기 어렵지 않았나.

“솔직히 쉽지는 않았다. 일단 회사와 자동차 산업부터 배워야 했다. 모르는 게 많다 보니 작은 프로젝트 하나에도 타 부서와 소통할 때 애를 많이 썼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안된다는 의견도 계속 들었다. 

그래서 팀원들에게 우리가 신뢰를 얻으려면 ‘스몰 윈Small Win’이 중요하다고 했다. 우리가 시장에서 이기고 있다는 걸 빠르게 계속 증명해야 했다. 작더라도 성과를 내면 저절로 다음 일이 설득되는 식이었다.”

Q. 첫 ‘스몰 윈’은 무엇이었나.

“전 세계 브랜드 가이드를 통합하는 일이었다. 당시만 해도 브랜딩만 맡는 부서가 없었다. 누군가 만들어 둔 회사 아이덴티티Corporate Identity를 관리하는 정도였다. 나라별로 브랜드 컬러와 서체도 다 조금씩 달랐다.

이걸 통합해야 ‘공통의 목표’가 만들어진다. 조직 내부의 사람들이 ‘우린 하나의 회사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같이 일한다’는 인식을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브랜드를 신뢰하게 된다. 자연히 고객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지성원 전무가 2015년 현대차에 와서 집중한 건, ‘일관된 브랜딩’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서체와 컬러 등을 통일하는데 2년 가까이 매달렸다. 사진은 그의 사무실에 놓인 ‘Hyundai Way’ 가이드 일부. ⓒ롱블랙

브랜드 통합 작업은 거의 2년이 걸렸어. 그렇게 신뢰를 얻으면서 지 전무는 공간과 마케팅 업무까지 영역을 넓혀갔어. 

다음 그가 만든 스몰 윈은 2018년 평창 올림픽 홍보관 ‘파빌리온Pavilion’. 세계적인 건축가 아시프 칸Asif Khan과 협력한 이 공간은 적잖은 화제가 됐어.

화제가 된 이유. 홍보관에 자동차가 한 대도 없었거든. 대신 체험형 전시를 했지. LED 조명으로 전시관 내부를 우주처럼 만들고, 천장에서 물방울을 떨어뜨려 현대차의 수소 기술을 경험케 한 거야.

Q. ‘파빌리온’을 통해 뭘 알리고 싶었나.

“현대차가 변하고 있다는 것, 현대차도 창의적인 기획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우리 팀의 비전은 하나다. ‘메이킹 현대 리틀 베터Making Hyundai Little Better.’ 

창의적인 기획이란 시대에 맞는 기술을 활용하고, 남들과 다르게 가는 거다. 그래서 아티스트와 협업했다. 기존에 했던 홍보관을 답습한다면 굳이 아시프 칸 같은 건축가를 섭외할 필요가 없었다.

반응은 좋았다. 하지만 ‘현대차 같지 않다’라는 반응에,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거웠다. ‘현대차답다’는 말의 의미를 끌어올려야 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 현대차가 세운 홍보관 ‘파빌리온’의 내부. 건축가 아시프 칸이 건물을 기획한 건물에 차량 대신 수소차의 구동 원리를 표현한 전시를 담아냈다. ⓒ이노션

Chapter 3.
기획은 이슈 파인딩Issue Finding에서 판가름 난다

새로움이 늘 좋은 건 아냐. 오히려 과도한 새로움은 소비자에게 낯설게 다가가지. 새로움에 빠져 기업의 정체성을 잃으면 낭패잖아. 

좋은 크리에이티브란 새로움과 익숙함 사이의 접점을 찾는 거야. 지성원 전무는 그 접점을 찾는 비법을 아는 것 같았어.

Q. 새로움만 추구하다 보면 방향을 잡기가 어려울 텐데.

“그래서 이슈 파인딩이 제일 중요하다. 이번 기획으로 해결해야 할 이슈를 정확히 아는 거다. ‘파빌리온’의 경우, 기존 홍보관의 문제점을 파고들었다. ‘제품만 보일 거면 대리점과 홍보관이 뭐가 다르지?’라는 점을 이슈로 삼은 거다. 그래서 차를 빼고 전시장처럼 꾸몄다.

2018년 BTS를 팰리세이드 홍보대사로 내세운 것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기성세대의 차로 여겨지고 있었다.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해야 했고, 그래서 BTS라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Q. 결국은 이슈를 잘 정의하는 게 핵심일 텐데, 그 방법은. 

“조직 바깥의 사람들과 많이 얘기해야 한다. 듣기 싫은 얘기를 찾아 들어야 한다. 사람들은 ‘우리 멋지지?’라고 주입한다고 듣지 않는다. 대신, 그들이 문제라고 생각했던 걸 해결할 때 ‘여기 멋지네?’ 하고 느낀다. 

예를 들어보자. 전구가 나갔을 때 촛불을 켜주는 건 문제 해결이 아니다. 빨리 새 전구를 갈아끼워야 ‘이거다’라고 느낀다. 공감받지 못하는 새로움은 실패다.

중요한 게 있다. 이슈 파인딩은 반드시 직접 해야 한다. 바깥 이야기를 듣는다고 이슈 파인딩을 바깥에 맡기면 안 된다. 많은 기업이 이 점을 간과한다.”

Q. 브랜딩 전문가들이 이슈도 더 잘 정의해 주는 것 아닌가. 

“아니다.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회사가 정확한 진단서를 건네줘야 제대로 된 치료법이 나온다.

우리가 좋은 크리에이티브를 선보이면, 다른 회사들이 ‘에이전시 어디냐’고 묻고 바로 그곳과 계약한다. 그렇게 맡긴 일에서 절대 좋은 성과가 나올 수 없다. ”

지성원 전무는 “좋은 크리에이티브는 정확한 ‘이슈 파인딩’에서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팰리세이드가 기성세대의 차로 인식되지 않게끔 BTS를 차량 모델로 내세웠던 때를 예로 들었다. ⓒ현대차

Chapter 4.
차별점을 만들려면 시작이 달라야 한다

이슈를 제대로 찾으면 반응도 제대로 온다는 거지? 그렇다면 안 물어볼 수 없지. 칸 그랑프리 수상작 「밤낚시」 프로젝트의 이슈는 뭐였는지 말이야. 

「밤낚시」는 13분짜리 단편 영화야. 문병곤 감독이 연출하고, 손석구 배우가 출연했지. 손 배우가 전기차 충전소에서 전력을 훔치고 다니는 외계 생명체를 사냥하는 내용이야. 특이한 점은 영화 전체를 아이오닉5 차량의 내장 카메라로 찍었다는 거. 

이 독특한 영화를 현대차는 2024년 6월, 극장에서 상영했어. 관람료 1000원에 CGV 단독 상영. 결과는 성공적이었지. 같은 시기 개봉한 「인사이드 아웃2」보다 좌석 점유율이 높았대.

Q.「밤낚시」는 어떤 이슈를 품고 있나. 칸 스테이지 세미나에서 “광고는 덜고 진짜 이야기를 시작하라”는 제목으로 이 사례를 소개했다. 

“강연 제목 그대로다. 사람들은 더 이상 광고를 안 본다. 채널을 돌리고, 스킵하고, 돈을 내고 광고를 제거한다.

‘광고를 보지 않는 시대에 어떻게 광고해야 하지?’ 이게 이슈였다. 광고를 안 보니 콘텐츠를 만들기로 한 거다. 광고를 안 보려고 돈을 내는 소비자에게, 돈을 내고 광고를 보는 경험을 만든 거다.

여기까지가 ‘이슈 파인딩’이다. 그다음엔 이노션과 함께 실행법을 찾았다. 아이오닉에 카메라가 7개나 들어 있다는 점에서 ‘이걸로 영화를 찍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그 영화를 유튜브에 무료로 푸는 대신, 영화관에서 진짜 개봉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Q. 광고의 포맷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기존의 포맷에 집착하면 안 된다. 과거의 마케팅은 포맷이 다 정해져 있었다. TV 광고, 지면 광고, 제품 출시 행사… 이렇게 되면 ‘이번 TV 광고는 어떻게 만들까?’로 고민을 시작한다. 포맷에 아이디어가 갇히게 되는 것이다.”

Q. 포맷을 완전히 새롭게 기획하는 팁이 있다면. 

“시작이 과감해야 한다. 사람들은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하는데, 나는 과정보다 시작이 더 중요한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미 모든 광고의 퀄리티는 상향 평준화했다. 어느 대행사를 가도 광고는 다 잘 만든다. 

차별점을 만들려면 시작이 달라야 한다. 「밤낚시」에서 가장 중요했던 건 ‘사람들이 광고를 안 본다’는 출발이었다. 문제를 푸는 방식은 다양하다. 영상이 될 수도 있고, 전시가 될 수도 있다. 오늘날 사람들이 숏폼 콘텐츠에 익숙하니, 단편 영화가 나왔을 뿐이다.”

문병곤 감독이 연출하고 손석구 배우가 출연한 「밤낚시」는 2024년 ‘판타지아 국제 영화제’에서 최고 편집상을 수상했다. 사진은 손석구 배우가 등장하고 있는 영화의 한 장면. ⓒ현대차

Chapter 5.
고객의 선택은 브랜드력이 좌우한다

궁금해졌어. 현대차는 제조업체잖아. 이렇게 브랜딩에 힘을 준다고 사업에 큰 도움이 될까? 창의적인 브랜드 캠페인보다, 오히려 개별 제품의 기능을 알리는 마케팅이 사업에 더 중요한 건 아닐까?

Q. 현대차가 브랜딩에 이토록 투자하는 이유가 뭔가. 꼭 창의적이지 않아도 기술만 좋으면 차는 잘 팔리는 것 아닌가. 

“아니다. 자동차야말로 브랜드가 가장 중요한 소비재다. 비싸고, 자주 사지 않는 제품이라 그렇다. 

생각해 보자. 샴푸나 세탁 세제는 몇 달에 한 번씩 산다. 가격도 저렴하다. 한 번 잘못 산다고 큰 타격을 입지 않는 셈이다. 마트에서 할인하거나 광고를 세게 하면 못 보던 제품도 집어 든다. 제품 마케팅이 효과가 있는 이유다. 

자동차는 보통 10년에 한 번씩 산다. 몇 천만원을 들인다. 그러니 아주 오래 신중하게 고민하고 최종 결정을 한다. 

그렇기에 소비자는 브랜드 신뢰도를 기준으로 선호를 정한다. 특히 차를 살 때는 몇몇 브랜드의 제품만 보고, 그 안에서 선택한다. 이걸 ‘고려 대상군Consideration Set’이라고 한다. 이 세트에 드는 게 중요하다. 브랜드력이 낮으면 이 세트에 못 든다.”

Q. 어떻게 하면 브랜드력을 높일 수 있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이랑 대화를 나누는 것과 똑같다. 어떤 철학, 어떤 성격을 가진 사람과 얘기하느냐에 따라 대화의 온도가 다르지 않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의 이름, 컬러, 철학이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한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친해지고 싶은 브랜드도 있기 마련이다.”

Q. 현대차의 브랜드가 달라진 건 알겠는데,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과거 현대차는 ‘메이커의 목소리’를 많이 냈다. 우리의 기술이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는 것에 집중했다. ‘우리 되게 멋져요’ 하고 자랑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지금은 고객의 관점에서 이야기한다. ‘우리는 당신 생각을 많이 해요. 당신이 멋있게 살도록 돕고 싶어요’라고 하는 거다. 광고할 때도 제품을 드러내기보다 우리가 이걸 왜 하는지, 고객이 이 제품을 사면 어떤 가치에 동참할 수 있는지 설명한다.”




Q. 최근 선보인 ‘나무 특파원’ 캠페인도 차 광고에 차가 없더라.

“‘나무 특파원’은 사회공헌활동CSR 프로젝트다. 많은 대기업이 일종의 의무처럼 CSR을 진행한다. 우리는 CSR을 브랜드 캠페인으로 연결하고 싶었다. 광고가 끝나도록 아이오닉은 나오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직접 나무를 심고, AI를 활용해 나무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썼다. 나무의 목소리로 ‘내 뿌리가 딛고 선 토양이 말라간다, 내가 더 이상 홍수를 막아줄 수 없다’는 내용의 기사를 쓴 거다. 

보통의 CSR은 ‘나무를 심었어요’에서 끝난다. 지금은 단순히 ‘좋은 일 했다’고 알리는 걸로는 부족하다. 우리가 이 일에 얼마나 진심인지 보여주면 브랜드 캠페인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봤다.”

현대차가 만든 ‘나무 특파원' 캠페인 이미지. AI를 활용해 나무가 직접 산림의 중요성을 보도하게 한 캠페인은 칸 라이언즈 2025에서 3개 부문에서 상을 받았다. ⓒ현대차

Chapter 6.
모든 조직에는 보석 같은 서사가 존재한다

“현대차가 브랜딩 잘한다”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퍼진 것, 내 기준에선 ‘포니의 시간’부터야. 

현대차는 2023년 최초의 독자 생산 차량 ‘포니’를 되새기는 캠페인을 벌였어. 현대 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전시엔 일주일 만에 약 5000명이 몰렸지. 1970~80년대 당시의 포니 광고와 사람들이 포니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이 전시됐어. 밴드 잔나비는 ‘Pony’라는 신곡을 발표하기도 했지.

파격적이더라. 많은 브랜드가 더 젊어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50여 년 전을 조명하는 행보 말이야. 그 옛날 포니가 세련돼 보이지 뭐야.

Q. ‘포니의 시간’은 어떻게 시작됐나.

“현대차의 뿌리를 알리려 하는 경영진의 의지가 있었다. 글로벌 고객은 물론, 우리 신입 사원도 현대차의 역사를 제대로 아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뿌리가 알려져야 정체성이 생긴다. 뿌리가 흐릿해지면 정체성도 역시 흐릿해진다. 이 뿌리가 차별점이 되는 시대다. 전기차 시대엔 기술력만으로 경쟁이 안 된다. 100년 기업이건 신생 기업이건 똑같이 제로에서 출발한 거니까. 남들에게 없는 우리만의 것을 알려야 했다.”

Q. 역사 이야기는 자칫 지루해 보일 수도 있을 텐데. 

“과거와 현재의 연결점이 있어야 한다. 포니는 기성세대에겐 추억, 신세대에겐 쿨한 레트로다. 과거에 포니가 있다면 오늘날엔 포니에서 영감을 받은 아이오닉이 있다. ‘포니’라는 키워드를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헤리티지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현대차가 2023년 ‘포니의 시간’ 전시를 진행할 당시의 현장 모습. 복각한 포니와 당시 분위기를 담은 이미지가 전시됐다. ⓒ현대차

Q. 포니라는 헤리티지가 있는 게 부럽기도 하다. 역사가 짧은 브랜드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회사마다 보석 같은 스토리는 다 있다. 주변에서 종종 ‘헤리티지를 어떻게 알리느냐’고 물어본다. 나는 회사의 스토리를 발굴하는 과정을 진주 캐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진주를 열심히 찾아야 한다. 진주를 찾고 나서 어떻게 알릴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도 ‘포니의 시간’을 2년간 준비했다. 최종 결과물을 생각하지 않고 일단 사료부터 모았다. 당시 일하셨던 분들을 찾아가고, 사라진 설계도를 복원했다. 홍보를 위해 찾은 스토리는 울림이 없다. 홍보는 나중이고, 진주 같은 스토리를 발굴하는 게 먼저다.”

Q. 장기적인 시각으로 스토리를 발굴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것 같다. 경영진이 브랜딩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확하게는 브랜딩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 것 같다. 브랜딩‘도’ 중요하다고 할까. 

브랜드는 총합이다. 뭐 하나에 힘을 준다고 브랜드가 달라지는 게 아니다. 제품의 기술, 디자인, 고객 경험, 매장 경험, 브랜딩 모든 게 다 완벽해야지 브랜드력이 올라간다. 광고나 캠페인만 잘 만든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현대차 경영진 분들은 이걸 잘 알고 있다. ‘우리 이제 영업 잘하니까 마케팅도 투자해 볼까?’ 이 순서가 아니다. 연구소는 연구소대로, 영업은 영업대로, 마케팅은 마케팅대로 각 분야에서 1등을 해야 하는 거다.”



Chapter 7.
중요하지 않은 직원, 중요하지 않은 프로젝트는 없다

현대차 직원들, 지난 10년을 두고 “다른 회사가 된 것 같다”고들 해. 정장 입고 새벽 출근하던 보수적인 문화가 그만큼 많이 바뀌었단 거지. 크리에이티브가 중요한 브랜드마케팅본부, 특히 문화가 다를 것 같더라고. 

Q. 조직 운영에서 강조하는 원칙이 있다면.

“팀에 당부하는 원칙은 있다. 세 가지다. 첫째, 그동안 보지 못했던 오리지널 한 아이디어를 낼 것. 둘째, 시장에 소문이 날 만큼 임팩트 있는 기획을 할 것. 셋째, 스터닝stunning하게 완성도를 높일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는 선에서 가급적이면 난이도 높은 프로젝트를 추진하려고 한다.

책임 의식을 강조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케팅 조직은 변화를 위한 곳이라고 알리는 거다. 대부분의 큰 조직은 보수적이라 변화하기 어렵다. 우리라도 새로운 걸 해야 한다는 책임 의식을 심어줘야 한다.”




Q. 개개인의 크리에이티브는 어떻게 키울 수 있나.

“크리에이티브는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 아니라 아웃사이드 인Outside in이 돼야 한다. 팀원들한테 나가서 많이 보라고 한다. 자리에서 솔루션을 찾지 말고. 사람들이 밖에서 뭘 먹고, 뭘 보고, 뭘 입는지 보라고. 때로는 명품도 사 보고, 미쉐린 레스토랑도 가 봐야 한다. 나도 주로 차를 타고 출퇴근을 하지만 한 달에 몇 번씩은 의무적으로 지하철을 탄다. 사람들을 보고 싶어서.”

Q. 바깥을 보면 뭐가 바뀌나.

“자동차 업계 밖의 라이프스타일을 경험하면, 내 경쟁자는 내 업계가 아니라 바깥이 된다. 나는 자동차 회사에서 일하지만 패션 회사처럼도 해 보고 싶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처럼도 해 보고 싶어진다. 밖에서 인사이트를 얻은 직원들은 업계 안에서 기발한 도전을 하려고 시도한다.”

Q. 이번 칸 광고제 수상 같은 어워드 출품도 동기부여가 되나.

“어워드에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기준점을 바깥에 두기 위해서다. 모든 브랜딩 프로젝트를 다 출품하지는 않지만, 30% 정도는 출품하라고 독려한다. 

바깥을 의식하지 않으면 기준점이 회사의 이전 프로젝트가 된다. 그러면 달라지지 않는다. 꼭 상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수상을 할 줄 아는 조직’이 될 필요는 있다. 스포츠도 이겨 본 사람이 이긴다. 승리의 기준을 알기 때문이다.”

칸 라이언즈 2025 시상식에서 금사자상 주인공으로 현대차의 ‘나무 특파원’이 호명되는 모습. 지성원 전무는 광고제에 도전하는 이유를 “기준점을 바깥에 두고, 승리의 기준을 알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현대차

Q. 몇몇 프로젝트가 주목을 받으면 다른 프로젝트 담당자들은 상대적으로 힘이 빠지지는 않나.

“덜 중요한 프로젝트는 없다. 3개월에 한 번씩 팀원들에게 리캡recap 보고를 한다. 3개월 동안 진행된 프로젝트의 사진과 영상을 담아 직접 자료를 만들고 발표한다.

이걸 왜 하냐면, 나머지 70%의 프로젝트와 팀원들을 하이라이트하기 위해서다. 「밤낚시」가 주목받는 동안 똑같은 강도로 노력한 친구들이 있다. 그들 역시 자신의 일이 중요하다고 느껴야 한다.”

Q. 품이 많이 들 텐데,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한 일인가.

“직원들에게 멋지고 좋은 리더로 남을 필요는 없다. 사실 ‘좋은 리더’라는 말은 최악의 피드백이라 생각한다. 그보다 ‘그 사람이랑 또 같이 일하고 싶다’는 소리를 듣고 싶다. 

사람마다 업무 역량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든 팀원에게 태도는 반드시 만들어주고 싶다. 내가 맡은 프로젝트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태도 말이다.”

지성원 전무는 인터뷰에서 “직원들에게 멋지고 좋은 리더가 아닌, ‘또 일하고 싶은 리더’가 되고 싶다”며 “팀원들의 일하는 태도를 만들어 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롱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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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차례의 인터뷰, 그리고 5시간의 대화. 오늘 노트를 위해 지성원 전무와 함께 한 시간이었어. 쉼 없이 이야기를 들려준 지 전무 덕에, 내 메모장도 빼곡해졌지. 그 메모는 마지막에 그래픽으로 정리할게. 

오늘은 특별한 이벤트도 준비했어. 지성원 전무를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커피챗이야. 「밤낚시」 프로젝트에 함께한 이노션 CCO와 문병곤 감독도 참여할 예정이지. 오는 8월 12일 현대차 강남대로 사옥에서 열릴, 선착순 60명 한정 행사! 궁금하면 링크에서 확인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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